오토 노이라트라는 인간(2)

“오토 노이라트(1882-1945)는 20세기에 가장 인정을 못 받았던 천재 중 한 명이다. 그를 경탄하는 사람들조차도 그 업적에 대해 개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많은 영역에서 개혁자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통이 크고 쾌활한 성품이었으며 친구와 적을 동등한 정감으로 대한 것으로 유명하다…매우 설득력 있는 연설가이자 지칠 줄 모르는 조직자 노이라트는 특히 다양한 학제, 계층과 민족들 사이에 가교를 놓는 데 헌신했다… “모든 사람이 공동의 문화에 참여할 수 있고 배운 자와 배우지 못한 자들 사이의 심연에 다리가 놓이는 즉시 인간은 더욱 완전하게 이해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인간 발전기 노이라트처럼 경제 정신의 보급과 경계를 허무는 일을 많이 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그는 대단한 업적들이 인정을 받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이 책에서 기술한 사상가들 중 어느 누구도 다방면에 박학다식한 노이라트만큼 기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도 없었고, 2차 대전 후 세계를 그렇게 잘 이해한 사람도 없었다. 그가 만약 10년만 더 살았더라도 한 문화의 영웅이 됐을 것이다…그가 관심을 두었던 그 방대한 학문적 영역을 볼 때, 어느 누구도 그가 산 세기에 그를 능가하지 못했다. 누가 과연 물리학, 수학, 논리학, 경제학, 사회학, 고대사, 정치학 이론, 독일문학사, 건축, 응용 그래픽 영역에서 진정한 연구를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단 말인가?… 헤르츨처럼 노이라트 또한 실천적 유토피아주의자였다. 그러나 그 씨앗의 결실은 다른 사람들이 거두었다. 성인 교육을 위해 그렇게 많이 노력한 그가 잊혀졌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는 분명 전문화의 희생양이었고 이것이 그의 백과사전주의를 조소하게 만드는 것이다. 빈 학파의 다른 어떤 학자도 그 집단적 업적을 노이라트만큼 훌륭히 해내지 못했다. 또한 어느 누구도 그렇게 당당히 통합적 사고로 오스트리아인의 재능을 구현한 사람은 없었다.”
(윌리엄 존스턴 지음, 김래현 외 옮김, <제국의 종말 지성의 탄생: 합스부르크 제국의 정신사와 문화사의 재발견>, ‘오토 노이라트: 만능 천재의 사라짐’, 317-322쪽.)

“”오토 노이라트처럼 독특하게 대위법적인 저자를 독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그리고 자기가 알아낸 일부분을 전체로 착각함으로써 그를 오독하는 방법 역시 여러 가지다. 그의 다양한 활동 분야 중에서도 특히 경제에 대한 저작은 더더욱 그러하다. 그가 살았던 시대에조차, 사람들은 이를—또 그가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기려 시도한 것을—두고 그에게 서로 모순되는 딱지를 붙이곤 했다. 그는 ‘낭만주의자’이자 ‘광인’이었고, ‘공산주의자’이면서 ‘부르주아’였으며, ‘바보’인 동시에 ‘선지자’였다.”
(Thomas E. Uebel, ‘Introduction: Neurath’s Economics in Critical Context’ in Otto Neurath, Economic Writing Selection 1904-1945 (Springer, 2004), p. 1.)

오늘날 노이라트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조명되고 있습니다.

1. 논리실증주의 과학철학자
2. 아이소타입과 정보 디자인의 창시자
3. 사회주의 경제학자, 정책 기획자.

이 중 과학철학자로서의 노이라트에 대해서는 논리실증주의, 비엔나 서클, 통일과학운동에 대한 책과 글들을 통해 비교적 많이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또 오늘날 픽토그램의 원형이 된 그림 언어 체계 ‘아이소타입’에 대해서도 디자인 분야에서 많은 책과 글이 나와 있죠. 경제학자이자 사회주의 이론가/실천가로서 그의 면모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화폐 없는 세계는 가능하다>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세 번째 부분입니다.

난점은, 그의 어느 한 측면만을 조명하면 그 한 가지 측면마저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는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소타입’은 그가 참여한 ‘붉은 빈’의 사회주의 실험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었으며, 언어의 통일을 통한 지식의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통일과학운동과도 직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 다층적인 면모를 한 사람의 저자가 종합적 시각으로 아울러 조망한 평전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과학철학 분야와 디자인 분야에 국한된 책들을 제외하면, 현재 그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책은 Vienna Circle Collection 시리즈에 포함된 (눈물 나게 비싼 T_T) 그의 저작집들입니다. 또 Vienna Circle Institute Yearbook의 한 권으로 각 분야의 여러 저자가 참여하여 펴낸 책이 하나 있는데, 리뷰를 보면 글들의 수준이 들쭉날쭉한 것 같습니다. 영어권에서 노이라트는 잊혀진 사상가입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런 책을 (구글 번역기를 돌려 가며 독일 아마존을 수색한 결과에 따르면) 독일어권에서도 찾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혹시 제가 찾지 못한 그의 독일어 평전이 있다면 부디 알려 주십시오. 찾아도 읽지는 못할 테지만요.)

웹상에서 제가 찾은 자료 중 그의 사상 전반에 대해 가장 잘 정리된 글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만든 철학 사전의 ‘오토 노이라트’ 항목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가 올리는 글들은, 노이라트가 직접 쓴 글들과 <화폐 없는 세계는 가능하다>의 존 오닐이 쓴 논문들을 제외하면 이 페이지의 정보에 크게 의존할 것입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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